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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1일 목요일

로보어드바이저는 과연 금융의 알파고인가?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패배한 후,
금융권의 가장 큰 화두는 '로보어드바이저' 이다.

주식운용하는 아들이 주식으로 돈을 번다는 사실조차 도저히 못믿는
금알못 우리 어머니조차

'로봇이 주식한다는데 이제 너희 일자리 다 없어지는거 아니야?'
라고 묻는걸 보면 인기는 인기인가 보다.



이미 미국에서의 로보어드바이저 사업은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성과를 보이며
그 인기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체 로보어드바이저란 무엇인가?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알파고처럼 알아서 판단해서 주식을 사고 파는것인가?



1. 로보어드바이저란??

사실 ROBO 라는 단어 때문에 뭔가 엄청난 금융혁명이라 생각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단순히 기존의 자산관리 플랫폼을 오프라인 에서 온라인 으로 옮겨온 것이다.

기존에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증권사 혹은 자문사에 찾아가서
자산의 1~2% 정도 수수료를 지불한다.

얼마 안되는 비용이라 생각도 되지만 언제나 그렇듯 '수수료' 는 아깝기 마련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이 시스템을 온라인 채널로 옮겨왔으며,
덕분에 이러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PB에게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컴퓨터나 모바일을 통해서
개인의 현재 자산현황 및 투자목적을 입력하고 이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추천받는다.

온라인을 통해 계약이 성립되면 이 포트폴리오대로 자산이 운용되는 것이다.

아래는, Betterment 업체의 실제 회원가입 과정이다.
현재 나의 상태와 투자 목적을 입력하면, 이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준다.

계약이 성사되면, 시스템이 포트폴리오를 운용해주며
주기적으로 리밸런싱도 알아서 해준다.






이는 사실, 기존 CFA에서 설명하는 개인자산관리와 전혀 다를게 없다.

개인별 Risk-Return 상황 및 각종 issue 들을 바탕으로 한 IPS 작성과,
이를 기초로 한 전략적 자산배분, 그리고 주기적인 전술적 자산배분 및 리밸런싱

사람이 하던 이 프로세스를 온라인에 담았을 뿐이며,
IPS 작성 및 자산배분을 정량화 하였다는 차이 밖에 없다.

따라서 로보어드바이저의 투자스타일은 태생적으로 Top-down Approach 이며,
(뒤에서도 말하겠지만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전략적 자산배분에 포커스를 두고 있으므로 ETF 위주로 운용된다.
리밸런싱도 매우 드문드문 있는 편이다.

미국의 경우 상장된 ETF 만으로도 글로벌 자산배분이 가능하며,
ETF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이 수수료를 0% 받으면서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 어떻게 로보어드바이저는 유행하게 되었는가?


기존 PB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최소가입비용이 컸던 반면,
위에 나온것처럼 로보어드바이저는 우리돈 몇백만원 혹은 최소가입금액이 없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

심지어 무료나 다름없는 비용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기를 얻을수 있던 이유는 역시 수익률이다.

부자들의 전유물로 생각되던 '자산관리' 를 쌈짓돈으로도 받을 수 있었으며,
수수료를 감안한다면 월등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사실 로보가 잘해서 퍼포먼스가 좋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위 그래프는 S&P 500과 미국채를 추종하는 ETF의 그래프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금융위기 이후를 보면,
사실 어떻게 자산배분을 했어도 수익이 났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폭락장에서도 로보가 잘해낼 수 있는가? 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이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 스스로도 인정하는 맹점이기도 하다.



3. 한국의 로보어드바이저(?)

한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은 작년 말로 기억된다.
사실 시작부터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증권사와 MOU 계약을 맺었다고 뉴스부터 터트리기 바빴다.
(당시에 자문업 라이센스도 나오기 전이며, 확인해보면 계약 맺은적도 없고..)
하루가 머다하고 기사가 터져나왔다.

그러던 것이 이세돌의 패배 이후 로보어드바이저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나온다.
'사실 우리도 예전부터 로보어드바이저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라며..
인간 주식고수와 수익률 싸움까지 하고 난리가 났다.

블랙박스에 쌓인 운용시스템이지만 이름만 들으면 매우 화려하기까지 하다.
'인공신경망', '머신러닝', '딥러닝', '실시간 글로벌 데이터' 등등..

백테스트 자료라며 제공하는 지수 예측도 도사급이다.
본인들의 로직으로 8월 폭락을 이미 예측해서 현금비중을 90% 까지 늘렸단다.
(그정도 예측력이면 선물을 하시지 왜 굳이...)

그렇다면 한국의 업체들이 제공하는게 정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가?

전혀 아니라고 본다.

1) 미국의 예처럼, 로보 서비스는 개별 IPS와 이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준다. 
10,000명의 고객이 있다면 10,000개의 포트폴리오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의 경우 개별 IPS는 잘 만들어 놓고, 정작 제공하는 MP는 3~5개가 전부이다.

2)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은 자산배분이다.
각 자산군들의 parameter 및 분산효과를 고려하여
투자 목적에 맞는 전략적 자산배분을 수행한다.
(물론 이러한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시스템의 역할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 나오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대부분
바틈업에 개별종목 플레이를 한다.
이게 기존 퀀트운용이랑 과연 다른게 뭔가??

기존의 퀀트업체들이 '로보' 인기에 편승해 이름만 로보로 바꾼게 아니던가??



4.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사실 로보어드바이저 한다는 관계자들 조차
로보어드바이저가 뭔지 제대로 모르는 판국에서 뭘 기대하겠나 싶다..

그나마 희망적인 사실은 몇몇 업체는 제대로된 로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여러 법규 문제로 서비스화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해당 법규가 점점 완화되는 것으로 볼 때,

조만간 미국에서 처럼 제대로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로보 껍데기만 입은 '또보어드바이저' 업체들도 빨리 사라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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