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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26일 금요일

파티가 끝나갈때



주식 다떨어지고 나서 이런글 써봐야 뭐하냐는 생각도 들고 사기꾼 같기도 하지만, 몇달전부터 강의때마다 하던 얘기라,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만날때 마다 하던 얘기라, 그냥 써볼까 합니다.


투자를 직업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업계의 다른분들에 비해서 경제를 그렇게 잘 아는것도, 개별 주식을 꼼꼼하게 분석할 역량도, 그렇다고 퀀트라고 하기에는 수학이나 컴퓨터를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닙니다. 적고보니 엉망이군요.

그래도 어릴때부터 남들보다 자신있게 생각한 점이 바로 '눈치' 입니다. 내 옆사람은 무슨 생각을 하나, 저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나 항상 레이더를 켜고 있는 편입니다.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금융을 공부하고 일도 이쪽에서 하면서, 금융시장에도 이러한 레이더를 항상 켜고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항상 시장참여자들의 '센티멘트'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흔히 '공포에 사서 탐욕에 팔아라' 라는 투자 격언이 있습니다. 말로는 너무나 쉽고 이상적이지만, 그렇다면 대체 공포는 언제고 탐욕은 언제인가 알수가 없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공포가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탐욕을 찾을수 있는 수단은 꽤 많은 듯 합니다. 저는 시간이 있을때마다 여의도 IFC의 서점에 가서 경제경영 서적의 신간은 무엇인지, 베스트책은 무엇인지 확인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투자 비투자 인터넷 까페에서 어떤 글들이 주로 올라오고 있는지 군집화하여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점의 신간 코너가 하나의 주제로 도배되고, 인터넷 글또한 동일한 주제로 도배될때가 바로 탐욕의 파티가 아닌가 항상 생각합니다.

가장 정확한 예가 17년 말입니다. 사실 암호화폐가 새로운 화폐가 될지 적정가치가 얼마일지 그런건 별로 관심없습니다. 페이스북 글의 90% 이상이 비트코인 글로 도배되고(그것이 찬성이건 반대이건), 투자와 전혀 관련없는 까페조차 비트코인 글로 도배되고, 출근길 지하철을 탄 옆사람들이 모두 비트코인 차트를 보고 있을때, 그것은 유행을 넘어선 광끼였습니다. 그때 대부분 서점의 신간 코너와 베스트셀러는 '비트코인에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에 관한 책들로 도배되었죠. 심지어 '가짜! 공식'과 '돌파리 전략'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매해 100% 벌수있다면서 헤이호구를 모집하던 사람들 까지 있었으니...

한평생 농촌에서 과수원을 하던 제 할아버지가 비트코인이 뭔지 물어보던 때, 택시 기사님이 신호를 기다리던 와중에 코인 차트를 보던 때, 저는 파티가 끝날떄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작년 페북에 엄청나게 비난했던걸 보면 아시겠죠.

15년과 시장 초반 바이오가 미친듯이 올라갈때, 증권사에서 일하던 제 주변에는 '누가 바이오로 몇억, 몇십억 벌었다' 라는 말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렸습니다. 사기만 하던 오르던 시장에서, 투자 경력이 1~2년도 안되는 젊은 매니저들은 자신의 능력을 믿고 개인투자를 하러 나가는 경우도 많았죠. 이제 한국에서 공장과 굴뚝주의 시대는 지나갔다... 바이오 만이 한국을 먹여살릴 유일한 산업이다는 장미빛 미래가 매일 쏟아졌었죠. 그리고 한여름밤의 꿈에서 깨듯이 7~8월에 바이오는 와장창 무너졌죠.


18년 3월쯤 셀트리온이 코스피 편입되는 이슈와 맞물려 바이오가 하루도 쉬지않고 오르던 상황도 똑같았죠. 심지어 가치투자를 주제로 삼는 까페에서조차 글의 90% 이상이 바이오로 도배되었고, '21세기에 진정한 가치투자는 바이오다', '벤 그레이엄 식의 가치투자는 더이상 맞지않다'는 식의 조롱도 쏟아지고는 했습니다. 그 미래는 현재 차트를 열어보시면 알겁니다.

올해 초 한국에는 부동산 광풍이 있었습니다. 하루가 머다하고 부동산은 신고가를 기록하였고, 역시나 서점의 신간과 베스트셀러 코너는 '부동산'으로 도배가 되었습니다. 페이스북 글들도 부동산으로 도배되었고, 지하철을 타면 너도나도 네이버까페 '부동산 스터디'를 열어서 확인하더군요. 뭐 부동산은 살 돈도 없고 관심도 딱히 없지만 확실히 광끼의 꼭지에 있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저는 10년 주기설의 강한 신봉자 입니다. 인간의 탐욕이 끝나가는 시점을 대략 이정도라는 생각도 들고요. 올해 초부터 강의를 할때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만날때마다 한번 강한 쇼크가 올거라고 말하고 다니곤 했습니다. 올해 초 한국 주식의 하락폭이 커지면서, 네이버 투자까페에는 '더 이상 한국 주식에는 미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전재산을 미국에 투자할 것입니다.' 라는 글이 쏟아졌습니다. 대략 계산해보니 하루 올라오는 글 중 60~80%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법에 대한 질문과 조언들이였고요.

이때도 역시나 몇년간 쉬지않고 달려온 미국주식이 쉬어갈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단 미국 뿐만 아니라 주식이라는 위험자산 전체에 대해서요. 딱히 이유는 없이 이러한 '센티멘트'에 의거해서요. 사실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은 FAANG으로 대변되는 성장주들이 끌어올렸다고 봐도 무관합니다. 성장주들은 엄청난 기름을 먹는 스포츠카와도 같습니다. 달릴때는 멋있지만 연료가 떨어지는 순간 무용지물이 되기 마련이죠. FAANG에서 페이스북의 이익이 하락하자, '이제는 FAANG이 아닌 MAANG의 시대다. 아니다 무슨무슨 시대다' 라는 또다른 새로운 신조어들이 만들어 졌습니다. 그냥 등유가 바닥났으니 경유를 넣자라는 식의 논리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작년과 올해 금융시장을 돌아보면 이러한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칵테일 잔을 들었을 때는 모두가 취했을 때고,
조만간 파티는 끝날때 이다'

댓글 1개:

  1.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국내의 경우 뭐든지 한번 유행을 했다 하면 바보라도 눈치 챌 정도로 쉽게 과열이 되는 경향이 있기에 이를 센티멘트 판단 잣대로 삼기에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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