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 교수의 이론에서 탄생한 투자론의 기본은 ‘시장은 효율적’ 이라는 것입니다. 즉 시장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즉각 가격에 반영되고, 위험 이상의 초과 수익을 거두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기저에는 인간은 언제나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가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시장은 단기적에서는 비효율성의 잔치이며, 장기적으로 그나마 효율성에 접근해 나간다는 것임을. 이러한 움직임을 이용해 스마트하게 투자하는 방법이 페데르센 교수의 EFFICIENTLY INEFFICIENT 책에서 설명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수익을 목표로 투자를 한다는 것은, 목적지를 목표로 운전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이 정보를 즉각 반영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은 마치 우리 모두가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고, 기계가 알려주는 길로만 운전을 한다는 가정입니다. 새로운 정보가 주가에 즉각 반영된다는 것은, 도로의 상황을 네비게이션이 즉각적으로 반영하고 막히지 않는 길로 안내해 준다는 뜻이겠죠. 모두가 이렇게 빠른 네비게이션을 가지고 이에 따라 행동한다면, ‘빠른 길’은 궁극적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먼저, 시장 참여자 모두가 네비게이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리서치 자료, 금융 데이터 등의 네비게이션은 사실 기관 투자자들에게 익숙하지 일반 투자자들은 구하기 힘든 자료입니다. 네비게이션이 있다 한들 정보를 느리게 반영하거나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저가형 네비게이션이 고가형 네비게이션을 이기는 것도 힘듭니다.
둘째로, 네비게이션이 안내해주지 않는 도로 혹은 알더라도 대형차가 접근할 수 없는 도로가 언제나 존재합니다. 기관 투자자의 경우 성격상 대형주나 중형주를 대상으로 매매를 해야 하므로, 해당 유니버스에 대한 리서치는 넘쳐나다 싶을 정도로 풍부합니다. 이러한 현상들이 시장을 매우 효율적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소형주는 어떨까요? 일단 연구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분명 좋은 주식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 투자자는 제약상 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세번째로, 사람들이 네비게이션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분명 네비게이션에서 빠른 길을 안내해 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는데 이쪽 길이 더 빨라!’ 라며 본인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공할 경우 ‘구루’ 가 되지만, 대부분 맞이하는 현실은 주차장 처럼 꽉 막힌 도로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이처럼 느린 길을 지속적으로 가주는 투자자들 덕분에 빠른 길, 즉 비효율성은 오랜 시간 존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네비게이션을 설치하는 투자자들의 비중도 점점 많아지고, 그 성능 또한 하루게 다르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예전에는 빨랐던 길이 이제는 상대적으로 덜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빠른 길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시장이라는 곳은 새로운 도로가 계속해서 생성되는 곳이고, 네비게이션을 끈 드라이버도 항상 새롭게 생겨나는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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